자리

자리
[명사]
1 사람이나 물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
2 사람의 몸이나 물건이 어떤 변화를 겪고 난 후 남은 흔적.
3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비나 지정한 곳. ...


돌이켜보면 나의 이십대는
늘 생각치도 못했던 것에 당황해하며 작은 것에 조바심내곤 했던 시절이었다.

그 중 가장 큰 것을 손꼽자면,
바로 이별...

내가 떠나가고.. 타인이 떠나가는 것 모두 늘 당황스럽다 못해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요,
어쩌면 그 떠남보다는 서로의 기억에서 잊혀질까하는 혹은 혼자 내튕겨질까하는
이기섞인 염려가 앞섰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일을 하면서
개편 때면 늘 철새마냥 이동하는 
흔적의 이별은 방송작가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처음 방송을 같이했던 선후배 작가들과 피디들과의 이별.
떠나가는 것에 익숙치 않았기에...
"프로그램"의 이름 아래 숱한 날을 함께 고민하고 지새우던
그 모든 고리가 툭하고 끊어진 것만 같던 마음.

떠나가든 떠밀려가든 
남겨진 빈자리만큼 공허한 것이 또 있을까?

처음엔
떠나가는 사람들의 빈자리를 보며 마음이 참 아팠었는데,
훗날 내가 떠나온 나의 자리를 보니,
내가 남긴 빈자리는 곧 다른 누군가로 채워졌고
나는 또 다른 자리를 찾아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렇게..그렇게 빈자리들은 돌고 돌며 누군가로 항상 채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말이지.......
한때 이 자리는 꼭 나여야만 된다는 착각 속에 빠진 적이 있었다.

오랜 시간 안주하며 헐거워진 자리.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정작 내게 딱맞는, 내가 채워야 할 자리를 놓치고 있던 건 아닐까?
새삼 후회가 물밀듯 밀려든다. 

요새 나는 또 다른 자리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남이 만든 게 아니라, 스스로 이뤄낼 나만의 자리!
그래서 오늘이 더 행복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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