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입추도, 말복도 지났건만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8월.

임박한 더빙시간에 맞추려고
원고에 박차를 가하고 나니 2시 무렵. 
한 숨 돌리고 나니,
내가 원고와 씨름 하던 그 시각, 나라엔 있을 수 없는 일이 또 생겼다.

며칠 전, 고 최진실의 유골함이 없어져
참 요상타 싶었건만,
한해 삼개월만에 또 국상을 치러야 하다니....


고 김대중 대통령님.
편히 쉬세요. 나랏 어른의 따끔한 쓴소리를 이제 누구에게서 기대해야 하나요! 
가슴 한켠이 그저 무거울 따름입니다.


원고를 마치고 나서 제정신 아닐때
접한 소식이라 더 덧없고 허망할 뿐이다.
어쩌자고 자꾸 이런 일이...

믿기지 않아 뉴스 화면만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게 있는데,
옛날 출연자로 간간히 소식 전하던 연극배우에게 전화가 왔다.
예전에 문화사색과 문화전쟁으로 두 번의 연이 닿았던 유쾌한 동갑내기. 

그의 첫마디가
"아니, 사람이 어찌 그리 무심해요~"

그러고보니 퍼뜩 드는 생각!
아... 연초부터 공연한다고 해서 한 번 가본다 가본다 했었드랬지... 
그래놓고 아주 양치기 소년 뺨치게 주기적으로 뻥을 날렸던 사람이.. 나라는 씁쓸함.

정말 정말 미안함에 
몸둘바를 몰랐고, 말도 버벅댈 정도.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며 전화를 끊고 나니 드는 생각이,

그래, 
있을 때 잘하자. 

떠나고 나면 보고 싶어도, 말하고 싶어도 
마음만 아플 뿐. 있을 때 잘하자. 

이번 방송 끝내놓고
찬바람 따라 두루두루 접견 다녀야겠다.
만날 사람이 주루룩 굴비 엮듯 차례로 꿰지는 걸 보니 
햐... 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방송 한답시고, 이 몸은 늘 바쁘단 핑계로 죄진 게 많았으니
이제부턴 알아서 잘해야지.
 
몸도 마음도 마치 사차원, 무중력상태에 빠진 듯 휑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 행복과 웃음으로 가득가득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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