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여름


최근 연이어
큰별들이 지고,
거듭 생각이 많아졌다.

바쁘게 일하며 오로지 일! 밖에 고민않던 그 때는
일 자체만으로도 버겁게 느껴졌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것들이 얼마나 편협한 것이었는지......

나이가 드니
코 앞의 일이 아닌,
머리 뒤로 줄줄이 이어지는 걱정의 꼬리들이 
한 태산이다.

게다가 그에 못지 않게
얼굴에 나이테처럼 새겨지는 주름하며,
검은 것이 수명다해 하얗게 센 머리카락도 보니
나도 늙는구나.


몸이 늙는 것이 슬퍼서가 아니다.
또한, 마음이 더이상 청춘이 아니라서 씁쓸한 게 아니다. 

다만,
인생의 깊이를 느끼기도 전에,
마음이 메마른 땅처럼 쩍쩍 갈라질까봐
퍽퍽한 감정을 지닌 채로 무뎌질까봐 걱정이다.

어느새 훌쩍 다가온 여름처럼,
갈라진 마음에 간간히 소나기로 촉촉하게 적셔줘야겠다.
여름이 끝나고 나면, 훌쩍 커 있으리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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